인쇄 전시실 소개

1층에 위치한 인쇄 전시실은 잉크 냄새와 납 녹이는 냄새와 함께 지난 130여 년의 활판 인쇄 역사의 향기를 함께 맡을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주요 전시 품목으로는 활자의 어머니인 자모가 한글, 한자, 영문으로 그리고 서체 별, 호수 별로 수 만 자가 상자에 담겨 보관되고 있으며, 납을 녹여 활자를 찍어내던 주조기를 비롯해 활판인쇄기들이 크기 별로 전시 되어있습니다. 

또한 당시에 생산된 오래된 납 활자가 낡은 활자 케이스에 가득 담긴 채 수 백 장이 진열 되어 있고, 판을 짤 수 있는 조판대도 그대로 있어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활판 인쇄 체험 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많은 인쇄기계와 자료들을 효율적으로 전시하면서도 옛날 그곳에서 오래 전에 인쇄된 책들이 낡은 기계들과 함께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광인사인쇄공소』의 활판인쇄 시설을 이용해 간행된 최초의 서적으로 알려진 『충효집주합벽』과 『농정신편』원본도 책 모퉁이가 달아 헤어진 채로 전시해 당시의 인쇄시설과 책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가장 원시적인 인쇄 방식의 등사기로는 에디슨이 발명한 등사기와 복사기들이 10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바로 사용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태를 뽐내고 있으며 그 이후 일제시대에 사용하던 등사기도 볼 수 있습니다. 


컴퓨터의 출현으로 인해 급변하는 인쇄환경에서 수 십 년간 전통적인 방식으로 인쇄하던 수많은 종류의 인쇄기계들이 고철로 사라지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가까이는 1980~90년대에 사용하던 사진 식자기와 활자를 한자한자 선택하여 타자하던 청타기 그리고 자그마한 원통 판이 달린 수동 명함 인쇄기들도 모두 사라졌고, 길게는 1960~70년대에 사용하던 등사기와 타자기들도 이제는 우리의 일상에서 볼 수 없어졌습니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타자기, 청타기, 사진 식자기 등은 그 동안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인쇄기술을 여성에게 넘겨주기도 했으며, 여성의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인쇄의 결과물인 출판물도 남성적인 활판인쇄에서 부드럽고 정교한 오프셋인쇄 시대로의 전환점이 되었던 상징적인 인쇄기계들이었습니다. 


뒤늦게나마 책과 인쇄박물관에서는 수년 간 전국 방방곡곡을 뒤져 지금은 비록 사용되고 있지는 않지만 그 동안 출판, 인쇄의 소중한 자료로 인쇄 발전 과정을 후대에 알리기 위해 오랜 기간 수집하여 전시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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