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박물관 길 위의 인문학 ‘책 씻는 날’ 첫 수업이 드디어 강릉의 한 초등학교에서 찾아가는 박물관으로 진행되었습니다.원래 6월에 예정되어 있었지만 코로나-19로 수업을 취소, 연기, 변경 끝에 드디어 만날 수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은 이 수업이 올해 처음이자 마지막 활동이었다고 합니다. 오랜만의 등교로 한껏 들떠 있던 아이들은 먼 곳에서 찾아온 박물관 선생님과 함께 하는 수업을 무척 기대한 모습이었습니다. 손은 번쩍 들고 너도나도 발표하려하는 적극적인 모습에 마음이 뿌듯해집니다.‘책 씻는 날’은 조선시대 서당이라는 공간에서 배웠던 책들을 통해 우리 선조들의 독서문화를 알아보는 수업이에요. 우리 박물관 2층에는 다양한 고서들이 전시되어 있는데요. 특히 『천자문』, 『명심보감』, 『격몽요결』 등 서당에서 배웠던 책들이 전시되어 있는 <조선의 서당> 코너가 따로 마련되어 있습니다.서당에서 공부하는 방법은 주로 글자를 익히고 문장을 외우는 것이었어요. 한 권의 책 내용을 완전히 익혀야 다음 책으로 넘어갈 수 있었기 때문에 학생마다 진도가 달라서 같이 수업을 들어도 저마다 공부하는 책이 달랐어요.책 한권을 다 외우고 이해하면 책씻이 잔치를 열어 훈장님과 학우들에게 대접했는데요. 책씻이는 말 그대로 책을 깨끗이 씻는다는 뜻으로 내가 공부한 책을 깨끗이 손질하여 아우들에게 물려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음식은 주로 송편, 국수, 경단 등이 있었는데 특히 송편은 꼭 들어갔다고 해요. 소를 꽉 채운 송편은 학생의 학문도 그렇게 꽉 차라고, 속이 빈 송편은 학생의 지혜 구멍도 송편처럼 뚫리라는 뜻이었다고 합니다.책씻이에 대해 알아봤으니 아이들도 책씻이 잔치를 열어야죠.!아이들은 활동지 속에 음식 스티커로 책씻이 잔칫상을 맛있게 차려주었어요.그리고 서산 만들기 체험을 해보았습니다.‘서산(書算)’은 책을 셀 때 쓰는 도구로 지금의 책갈피와 같은 역할을 하였습니다. 옛날에는 책을 구하기 어려웠고 공부방식 또한 책을 여러 번 반복해서 읽는 것이었기 때문에 이 서산이라는 도구가 필요했습니다. 서산은 봉투와 같은 형태로 앞면에는 눈금이 있는데 접고 펴면서 책 읽는 수를 세었으며 주로 밑에서 5번째는 일 단위, 5번째에서 10번째는 십 단위, 그 이상은 백 단위를 나타냈어요. 앞면은 다양한 방식으로 꾸밀 수 있었고 내지는 색지를 넣거나 그 위에 글자 연습을 하기도 했습니다.서산(書算) 책과인쇄박물관 소장 여러 방식으로 만들어 본 서산 예시작품이에요.서산 사진을 보며 열심히 만드는 아이들입니다. 다양한 도장으로 문양을 찍고 색연필로 그리고 색종이를 오려 붙이며 나만의 ‘서산’을 완성했습니다.이렇게 아름답고 다양한 서산들이 만들어졌습니다. 역시 아이들은 무궁무진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완성한 서산을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책 속에 껴서 보관해두고 책을 여러 번 읽는 데 사용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친구들이 써준 후기들을 보니 서산에 대해서 확실히 알게 된 것 같아 기뻐요!제일 재미있었던 활동으로 서산만들기를 손꼽았더라구요 :)"책씻는날 이야기가 재미있었어요", “서산 만들기가 재미있었다.”,“다음에 또 만났으면 좋겠다”는 아이들의 후기를 보며 의미 있는 수업을 한 것 같아 행복한 하루였습니다.다음에는 박물관에서도 만날 수 있기를!